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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epik


이른바 '해병대 캠프 사고'에 대해. 뇌까리기

'해병대 캠프 사고'는 그 자체로 한국 제도권 교육의 이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다. 나는 한국 공교육의 이념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지만, 교육은 자유로운 인간성의 실현 활동이라는 느슨한 규정에만 비춰보더라도 그것이 교육의 이상적인 이념과는 별 상관이 없는 무언가라는 사실정도는 알겠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 적을 규모있고 체계적으로 죽이기 위해 존재하며, 운영과 구성의 방식에 있어서 상명하복의 원칙을 원리로 하는 군대를 '체험'하는 일이 어떻게 자유롭고 비판적인 정신을 지닌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활동의 일환일 수 있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학교라고 이름짓고 부르는 것들이 실은 학교가 아닌 다른 것, 이를테면 감옥이나 군대와 가까운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있듯이, 조교의 고함과 기합에 따라 몸을 굴리는 일이 '교육의 일환'이 될 수 있는 것은 학벌 구조에 따라 생존경쟁을 치르는 일이 그것과 별반 다를 것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흙바닥을 뛰고 구르면서 상관의 명령에 순응하는 일이 입시성적이라는 지상목표를 위해 청소년기를 헌납하는 일과 다를 게 뭐란 말인가. 훈련을 받던 병사들이 더러 죽거나 다치듯,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은 더러 자살을 하거나 자아에 생채기가 난다. 억압과 순응이라는 면에서 공교육 과정과 군 생활은 다를 게 없다. 들은 바로는 사고가 난 학교는 지역의 명문고라고들 하는데, 그래서 더 놀랍지도 않은 것이다. 조교들이 안전사고 대비에 미흡했다는 것, 그 '해병대 체험 캠프'라는 게 행정기관에 제대로 된 감독을 받지 않는 무허가 시설이라는 것 따위는 피상적인 문제일 뿐이다. 사망한 학생들의 명복을 빈다.


덧글

  • 라마르틴 2013/07/20 11:14 # 삭제 답글

    석규는 참 대단한 아이군. 나 같으면 내가 안 죽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을텐데. 사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희생자가 나올 수 있지.
  • 라마르틴 2013/07/20 11:18 # 삭제 답글

    근데 그 교관이라는 새키들은 깡패새키들인가. 이번처럼 극기훈련이라는 명분으로 저렇게 애들 혹사시키다가 사고 나면 분명 자기한테도 형사책임이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정도는 생각하는 게 상식인데. 하긴 저런데 가서 알바하는 새키들이 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겠냐마는.
  • 라마르틴 2013/07/20 11:20 # 삭제 답글

    나도 군대 갔다 와바서 아는데 훈련소에서도 저렇게는 안 시킨다. 하루 잠 8시간 다 재워주고 먹을 거 다 먹여주고 휴식시간 충분히 주고 대부분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 군가 외우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저런 훈련은 거의 안 해. 지금 생각해보니 난 훈련소에서 참 편하게 보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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