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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epik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사회평론, 2010 Dog'ear

1. 검사출신으로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에서 일하던 이가 퇴사한 후, 삼성이 저지른 비리를 폭로했다. 비리는 크게 회계조작·탈세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정치인·검찰·언론사에 대한 불법 로비, 주가조작과 헐값 매매 등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로 요약된다. 비리의 핵심 줄기는 이재용에 대한 경영권 승계다. 삼성은 그룹 총수 이건희의 장남 이재용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탈세와 회계조작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대규모의 불법 로비를 통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여러가지 불법을 무마시켜왔다. 언론의 보도가 집중된 곳은 중간 과정인 정관계에 대한 로비였다. 이른바 '떡검'의 등장이었다.

2. 김용철 변호사는 7년간 삼성 회장 비서실(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따위로 지칭되는 곳)의 재무팀과 법무팀에서 근무했다. 삼성 그룹 최고상위기관이었다. 당연히 권한이나 급여면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때문에 그가 고발을 자처했을 때, 도덕적 비난과 함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알면서도 7년이나 호의호식하던 사람이 무엇을 바라기에 이제와서 고발하느냐는 윤리적 차원에서의 비판과, 그가 내부 고발자라는데서 기인한 은근한 반감이 섞인 힐난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한번 비리에 가담한 사람은 영원한 죄인일 뿐이라기 때문에, 고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차라리 고발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말이 된다. 그는 지난 과오에 대해 정당한 죄값을 치렀고,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여기에 대해 더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3.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날, 대법원의 판결을 끝으로 13년을 끌어온 이재용으로의 에버랜드 경영권 승계가 완료 됐다. 에버랜드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의 핵심고리에 있으며 사실상 지주회사의 역할을 한다. 1996년 이재용은 비상장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인수하여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되었다.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는 이사회에서 사채 가격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었고, 구조본의 지시로 이것이 실행된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대부분은 효율적인 그룹 장악을 위해 이런 식의 순환출자구조를 이루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산분리법 등이 이와 관련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산업체의 출자총액을 제한하는 법률이며, 금산분리법은 산업체가 은행의 채권이나 주식을 통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범위를 제한하는 법률이다.

4. 비자금은 회계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자금을 말한다. 어떤 목적이건 회계에 정상적으로 반영돼 있지 않다면 그것은 비자금이다. 따라서 비자금을 형성한다는 말은 회계를 조작한다는 말과 통한다. 조작된 회계를 흔히 분식회계라 부른다. 삼성의 회계분식은 악명높아서 외국 기업들은 삼성의 재무구조를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삼성이 비자금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용을 부풀리는 경우, 다른 하나는 매출을 누락하는 경우다. 삼성은 이렇게 만든 비자금을 관리하는 데 차명계좌와 차명주식, 차명토지, 미술품 구입 등을 통해 관리했다. 그러나 전달의 용이성을 위해 주로 현금 형태로 금고에 보관했다. 이 비자금을 관리하는 이들은 그룹 내에서 최정상급 대우를 받았다.

5. 97년 외환위기 이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삼성은 한국의 재벌을 대표하게 된다. 재벌의 문제는 한국 경제 민주화와 직결되었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재벌위주로 짜여 있으며, 산업 생산의 대부분을 재벌에 의존한다. 따라서 재벌의 경영 구조와 조세 납부를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거대 계열사가 이건희 일가의 명령에 의해 수직적으로 통제되는 기형적 시스템은, 탈세와 회계조작, 불법 로비를 통한 시장을 교란과 공공영역의 부패를 통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막대한 비자금을 바탕으로 정계, 관계, 언론계에 '삼성장학생'을 심는 방식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기업 운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가 정책을 이끌고, 검·경을 매수하여 불법과 편법을 자행한다.

이것이 공익에 미치는 해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그룹 전체의 주요 경영 사항이 이건희와 그 일가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주요 경영진이 경영 실력을 쌓을 기회가 없다는 것. 또한 '글로벌 삼성'을 표방하고 외국 인재를 아무리 스카웃 해온다더라도, 삼성의 폐쇄적 구조는 인재 양성을 막는다는 것. 이는 삼성의 미래와 직결된다.
둘째는, 국가의 공공영역이 부패한다는 것. 책은 주로 사법부와 검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행정과 입법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공의 이익이 아닌 삼성의 이익을 위래 움직인다. 조세는 투명하게 걷히지 않고,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위해 쓰일 예산들이 로비를 위한 비자금으로 보관된다.
셋째는, 국가 전체의 산업구조가 삼성 중심의 기형적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는 것. 삼성에 국가 전체의 존망이 걸리게 된다. 이는 국가 경제에 결코 이롭지 않으며, 고용없는 성장과 직결된다. 국내 대기업들의 생산업체는 외국으로 빠져나갔고, 재벌들은 적은 인원을 통한 효율적 운영을 꾀한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위주로의 산업구조 재편이 필요하다. 현재 재벌은 하청업체의 납품 단가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여력을 빼앗고, 저임금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학벌과 입시경쟁을 심화시킨다. 어쩌면 한국의 구조화된 삶, 먹고사니즘은 여기서 기원한다.

5. 삼성 왕국의 게릴라들, 한국 경제 새판짜기, 불멸의 신성가족 등을 이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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